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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바람을, 쓰다듬다 (커버이미지)
    [문학]바람을, 쓰다듬다
    • 나경순 지음
    • 메이킹북스
    • 2023-08-16

    시집, 「바람을, 쓰다듬다」에서 바람은 나이고 너이면서 그대이고 우리들이다.바람은 그런 나와 너와 그대와 우리들의 만남이자 이별이고, 삶이면서 죽음이다.또 바람은 사랑하는 사람의 얼굴이자 내 어머니, 아버지이며 내 누이다.그렇게 바람은 늘 간절하게 그립고 따스한 것들이다.나는 다만, 그런 바람들이 살면서 안고 가야만 했던 절망보다는시리고 아픈 상처들을 모아오히려 작은 불씨 같은 희망을 노래하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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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꽃의 일생 (커버이미지)
    [문학]꽃의 일생
    • 양성우 지음
    • 일송북
    • 2023-08-16

    양성우 시인의 신작 시집 『꽃의 일생』 보도자료양성우 50년 문학 인생에 내놓는 18번째 서정시편들 독재에 대한 저항시집 『겨울공화국』으로 우리나라 민주화에 불을 지핀 양성우 시인이 18번째 신작 시집 『꽃의 일생』을 펴냈습니다. (일송북刊, -원) 팔순을 맞아 펴낸 이 시집에는 자연과 한 몸이 되어 쓴 생태 시편들과 함께 삼라만상이 자연스레 어우러지는 도道에 이르는 원숙한 시편들이 실려 있습니다. 양성우 시인은 1970년 『시인』지로 등단해 1975년 집회에서 시 「겨울공화국」을 낭송하여 교사직에서 파면됐습니다. 이에 굴하지 않고 장시 「노예수첩」을 국내에서는 발표할 수 없어 일본의 잡지 『세카이世界』지 1977년 6월호에 게재했다가 국가모독죄로 투옥됐습니다. 두 시 모두 제목에 그대로 드러나듯 당시의 유신독재 체제를 비판한 투쟁시입니다. 양 시인이 투옥되자 자유실천문인협의회(현 한국작가회의) 측 문인들이 시인의 시들을 묶어 1977년 『겨울공화국』을 펴냈습니다. 이에 연루돼 고은, 조태일 시인 등이 투옥되는 등 소위 ‘겨울공화국’으로 상징되는 유신독재 시절 항쟁의 전위에 섰던 시인이 양 시인입니다. 1979년 가석방된 시인은 1985년 자유실천문인협의회 회장을 맡는 등 시작詩作과 함께 문단의 민주화 투쟁에 앞장서왔습니다. 이와 함께 민주통일민중연합 부의장(1986), 민주쟁취국민운동본부 대변인(1988) 등의 이력이 말해주듯 시인은 재야민주화운동에도 깊숙이 관여했습니다. 1988년에는 국회의원에 당선돼 현실정치를 하다 이제 시작에만 몰두하고 있습니다. 그런 시인이 대자연과 자연스레 한 몸이 돼가는 순정한 첫 마음으로 선보인 시편들이 이번 시집입니다. 인간의 꿈과 삶과 일생이 어떻게 우주 삼라만상과 한 몸, 한 마음이 돼 서로를 염려하며 건강한 우주적 삶으로 순환하는 지를 시인의 경륜과 시적 내공을 통해 실감으로, 감동적으로 보여주고 있는 시집 『꽃의 일생』에 여러분의 많은 관심과 홍보를 부탁드립니다. 참고로 이번 신작 시집에 실린 시 몇 편을 감상해보겠습니다. 무척 긴 무더위 끝에 온, 이른 가을 첫 비 내린 뒤의 그윽한 풀빛같이 혼자서 무심코 걸어가는 길 위에서 문득 만나는 때 이른 한 잎의 빛 고운 가랑잎같이 작은 연못의 무성한 넓은 잎 틈으로 보얗게 피어나는 수줍은 수련꽃같이 찬 수풀 너머 모래밭에 떠나간 이들의 이름을 쓰고 돌아와 눕는 날 밤의 서쪽 하늘가에 걸린 붉은 초승달같이 내 가슴을 휘저으며 그가 왔다 시여 노래여 겹겹으로 두른 검푸른 산과 산, 그 산 너머 저 멀리 우뚝이 솟은 흰 산봉우리같이 -「시여 노래여」 전문 양 시인의 시편들은 그리움과 사랑에 대한 노래입니다. 좀 더 나은 세상을 향한 순정한 첫 마음을 그대와 삼라만상 앞에서 무릎 꿇고 정갈하게 부르는 노래입니다. 거듭거듭 정갈하게 바쳐져 시 자체가 노래가 되는 연가(戀歌)입니다. 그래서 실제 많은 시편이 가곡으로 작곡돼 불리며 대중의 가슴에 뭉클하면서도 유장한 감동을 주고 있다. 이번 시집에 실린 위 시 「시여 노래여」를 보십시오. “내 가슴을 휘저으며” 왔다는 ‘그’는 누구인가요? 풀빛, 가랑잎, 수련꽃, 초승달, 산봉우리 등 우주 삼라만상 가장 순수한 면을 불러들여 한 몸 되게 하고 있는 그는 누구일까요? ‘그’는 첫 비에 씻긴 풀빛 같은 순정한 마음일 것이며 억압의 검은 산 겹겹 너머 솟아오른 흰 산봉우리, 혹은 밤하늘에 붉게 걸린 초승달 같은 혁명에의 의지 내지 결기일 것입니다. ‘같이’가 계속 반복되며 노래가 되고 있는 ‘그’는 또 그런 마음으로 쓴 시이며 마음과 시가 한결같은 시인 자신일 것입니다. 양 시인의 시편들 속에서 ‘그’라는 3인칭은 1인칭인 ‘나’, 시인 자신입니다. 시인의 순정한 첫 마음입니다. ‘그’는 또 우주 삼라만상의 자연입니다. 산이며 들이며 강이며 구름이며 온갖 종류의 꽃입니다. 순정한 시인의 마음속에 깃든 선한 대자연 그대로가 ‘그’입니다. 양 시인의 시는 1인칭, 2인칭, 3인칭을 나누어 쓰고 있으면서도 그들은 곧 하나가 되어버립니다. 시적 화자(話者)인 ‘나’와 시적 대상인 ‘그대’는 3인칭 ‘그’로 해서 하나가 됩니다. 첫 마음, 그리움으로 하여 모든 인칭은 1인칭이 됩니다. 그만큼 삼라만상, 대자연과 자연스레 한 몸, 한 마음이 돼가고 있는 시세계의 한 결정판이 이번 시집 『꽃의 일생』입니다. “꽃이 피기 전에 어찌 아픔이 없겠느냐/어떤 큰 몸부림의 뒤에 문득 눈 시린 꽃잎으로/피어나는 것이겠지/그 누가 부르지 않아도 절정은 그렇게 오고/나비가 오고/새의 날갯짓에 놀라기도 하지/웬일인지 몰라도 꽃이 활짝 피면/기다렸다는 듯이 비바람이 치니/어찌 눈물 없이 꽃의 일생을 살았다고 말할까/사람도 한 때는 아무도 없는 곳에서 울고/술을 마시고/어둠 속을 헤맴은 흔한 일이라/그러다가 무엇을 두고 온 것처럼 오던 길을/잠깐 돌아보는 사이에/몸도 영혼도 시드는 것!/이와 같이, 저도 모르게 꽃잎은 지고/물에 떠서 흐르고/그다음에는 언제나 또다시 긴 적막이 오겠지/마치 아무 일도 없었던 것 같이” 이번 시집의 표제작인 「꽃의 일생」 전문입니다. 누가 부르지 않아도 꽃은 피고 지고 우리네 삶 또한 그런 대자연의 운행 법칙에 따른다는 주제가 담긴 시입니다. 또 꽃의 피고 짐, 생과 사의 대자연의 섭리가 자연스레 묻어나고 있습니다. 위 시에 드러나듯 꽃은 살아 있는 모든 것의 순간순간의 절정입니다. 하늘과 땅 사이에 생겨나서 자라고 서로 맺어지며 살아가다 마침내는 스러져가는 모든 생명의 순간의 가장 간절한 몸짓이 꽃입니다. 나비와 새. 비와 바람과 뭇별 등 삼라만상의 말 없는 내밀한 언어가 꽃이기도 합니다. 우리네 살며 사랑하며 헤어지며 죽어가는 그 모든 순간 순간의 기쁨과 슬픔, 그 절정에는 항상 꽃이 같이하고 있지 않은가요. 그런 꽃의 일생, 우주 삼라만상 운행의 도가 자연스럽고도 간절하게 묻어나고 있는 시가 표제작인 「꽃의 일생」이기도 합니다. “세상이 나를 이겼으니 나에게 저 멀리 양강도/삼수관평에 묻히라 하네/이름도 성도 없이 죽은 듯이 살라 하네/산 첩첩 물 첩첩 바위틈 풀숲에 숨으라 하네/숨어서 쑥대밭에 양치기나 되라 하네/낮은 짧고 밤을 긴 곳 살아서는 못 나오는 곳/삼수관평에 묻히라 하네/등 떠밀려서 가는 길에 흰 눈만 내리는데/백 편의 시가 다 무슨 소용인가/삼수관평에 숨으라 하네/온몸이 휘어지고 삭정이가 되어 숨질 때까지/양 우리 똥오줌이나 치우면서 살라 하네/내 손으로 내 뺨을 때리며 혼자 울고/노래도 없이 쓸쓸히 살다가 죽으라 하네/세상이 나를 꺾고 이겼으니 나에게 아득한 곳/삼수관평에 묻히라 하네/사랑하는 사람은 꿈에서나 언뜻 볼까/산이 높고 골이 깊어 아무도 못 오는 곳/머리끝도 안 보이게 삼수관평에 숨으라 하네” (「백석, 삼수관평 가는 길에」 전문) 백석 시인을 직접 화자로 내세워 심경을 읊도록 한 시는 가슴이 미어징 정도로 아프고 아름답습니다. 일제 치하에 서울 조선일보 등에서 근무하며 “나타샤와 나는/눈이 푹푹 쌓이는 밤 흰 당나귀 타고/산골로 가자 출출이 우는/깊은 산골로 가 마가리에 살자”(「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 부분)고 했던 백석은 해방이 되자 고향인 북한 정주에 머물며 시작 활동을 하다 북한 당국에 의해 삼수갑산 오지로 추방돼 살다 그곳에서 죽었습니다. 그런 시인의 심경을 대신 노래해주고 있는 시입니다. 시가 곧 삶인 시인에게 시와 독자를 빼앗긴 시인은 이미 주검과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하여 시인의 삶에서 그의 시의 절대성도 잘 드러내주고 있습니다. 일제하에서는 자발적으로 사랑하는 사람과 산골 마가리 오두막 자연 속에 묻히려 한 것은 북한 치하에서 등 떠밀려 타의적으로 유형지 삼수관평 자연에 묻힌 것과는 하늘과 땅만큼 그 차이가 클 것입니다. 양 시인은 시로서, 그리움과 사랑으로서 생래적으로 자연과 하나가 돼 그런 깨달음을 우리들에게 축복처럼 전하고 있습니다. “그의 집에 내가 가네 그의 집은 왜 이리 먼가/울고불고 열사흘 몸부림치며/그의 집에 내가 가네/그의 집은 왜 이리 먼가/큰 산을 넘으면 큰 산이 있고 큰 강을 건너면/큰 강이 있으니/그의 집으로 가는 길은 왜 이리 멀고 험한가/돌아보면 발자국마다 고이는 것은 눈물이요/앞을 보면 아득히 한숨뿐이니/고스란히 다 타고 재가 되어 가는 길이/왜 이리 팍팍한가/그의 집이 안 보이네/그의 집에 닿기도 전에 내가 먼저 자지러지겠네/그의 집은 어디인가” (「머나먼 그의 집」 전문) 무당이 푸닥거리하는 것처럼 자꾸자꾸 반복하며 그의 집 가는 길이 멀고 험하다는 걸 털어놓고 있는 시입니다. 아니 육신은 다 타고 재가 남은 혼이 그의 집을 찾아가는, 혼을 천도薦度하는 시처럼 읽히기도 합니다. 그렇다면 ‘그의 집’은 어떤 집일 것인가. 고통을 완전히 벗어난 해탈의 열반지경일 것입니다. 그런 해탈의 도에 이르기 위해 이처럼 혼신을 다하고 있는 모습을 보여주는 구도求道의 시편도 이번 시집에서는 적잖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여기 갈참나무 가을 숲속에서는 아무래도 나는 내가 아니다/나는 바람이다 외롭고 침울한 산비탈에 우수수/갈참나무 잎을 날리는 찬바람이다/나는 한낮의 날카로운 햇살 뒤에 움츠리는 흙산 그늘이요/그 발끝에 싯누렇게 드러누운 강아지풀이다/언제나 나는 모래알이요 먼지요 검불이며/까마득히 조각하늘을 가로질러 날아가는 작은 새다/나는 보이는 듯 보이지 않는 헛것이다/저무는 해를 등지고 늘어선 갈참나무의 길고 앙상한 그림자요/쓸쓸한 산비탈을 가득히 덮은 마른 잎들 속에 묻힌/한 잎의 갈참나무 마른 잎이다/나를 찾지 마라/여기 갈참나무 숲길에서 수북이 쌓인 갈참나무 마른 잎을/밟으며 가는 나는 내가 아니다/나는 마른 잎을 날리면서 산등성이로 줄달음치는 찬바람이다” (「갈참나무 마른 잎을 밟으면서」 전문) 시 제목처럼 갈참나무 마른 잎을 밟으며 가을 숲길을 걸으며 곰곰 시인 자신의 존재에 대해 생각하고 있는 시입니다. 그러면서 단호하게 말합니다. “나는 내가 아니다/나는 바람이다”라고. 우수수 “마른 잎을 날리면서 산등성이로 줄달음치는 찬바람이다”라고 시 처음과 끝에서 ‘바람’이라고 단정적으로 말하고 있습니다. 그러면서도 시인은 또 ‘흙산 그늘’이요, ‘강아지풀’, ‘모래알’, ‘먼지’, ‘검불’, ‘작은 새’, ‘마른 잎’ 등 우주 삼라만상 그 모든 것이라 실감으로 말하고 있습니다. 이 모든 것은 “보이는 듯 보이지 않는 헛것”으로서의 바람이 실체로서의 모습을 드러낸 것들입니다. 그러니 ‘바람’은 우주 삼라만상을 운행하는 도며 실체입니다. 시인은 그러한 바람과 마침내 실감으로서 하나가 된 것입니다. “홍매화 첫 꽃을 너에게 보낸다/이른 아침에 소리도 없이 갑자기 터진 진분홍 꽃 한 송이를/너에게 보낸다 마음으로 간절히/여기저기 파이고 허물어지고 잿더미 쌓인 곳/아무도 오가지 않고 빈 몸으로 떠나고 깊이 숨은 곳/새 한 마리 날지 않는 그 검은 하늘에 꽃을 보낸다/불타는 집을 뒤에 두고 갈 곳도 없이/우는 아이들 업고 걸리고 어디론가 쫓겨 가는 길 위에/매화꽃 이파리에 내리는 보드라운 햇살 한 줌도 함께 보낸다/아직도 살얼음 끼고 그을린 벗은 나무들만 망연자실/서 있는 그곳/진흙에 누운 주검들 위에 그들의 꺾인 꿈 위에/피 절은/머리카락 위에/홍매화 첫 꽃을 보낸다/담장 밑 푸른 이끼와 이름 모를 작은 풀잎들과 샛노란 산수유/꽃망울들까지 너에게 보낸다 짓궂은 꽃샘바람 몇 가닥도/덤으로 묶어서……/일어나라 너 눈물겨운 키이우”(「키이우, 홍매화 첫 꽃을 너에게 보낸다」 전문) 매화가 꽃망울을 터뜨리고 산수유가 노랗게 피고 따스운 햇볕에 아지랑이도 어질어질 피어오르는 이른 봄에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했습니다. 과거 소비에트 제국주의의 야욕으로 힘없는 나라를 굴복시키고 영토를 빼앗기 위해 월등한 무력을 앞세워 우크라이나를 초토화하며 수도 키이우로 진격해 들어갔습니다. 러시아군이 진격하는 곳마다 건물들은 불타오르고 주검들이 널브러진 현장을 우리도 TV 뉴스 등을 통해 생생히 보고 있습니다. 아이를 안고 업고 가재 도구를 이고 지고 피난 가는 난민들의 겁먹고 추레한 행렬도 많이 봐왔습니다. 시인도 어렸을 적 6.25전쟁을 통해 그런 참상을 목격했습니다. 그리고 과거 군부 독재 겨울공화국 같은 엄혹하고 어두운 시대를 걷어내기 위해 온몸과 시로 투쟁하다 감옥살이까지 한 시인입니다. 긴 겨울의 냉혹함을 지나 이 땅엔 봄이 오고 있는데 지구촌 한쪽에서 일어난 그런 전쟁과 학살의 참상을 시인이 그냥 지켜볼 수만 없어 쓴 시입니다. 아니 긴 겨울 이겨내고 앞장서서 맨 처음으로 붉은 꽃망울을 내민 홍매화꽃을 시인의 첫 마음, 단심丹心인양 보내고 있습니다. 시인과 한 마음이고 한 몸인 대자연 모두를 모아 키이우에 보내고 있습니다. 거기서 죽은 혼들에게, 겁에 질린 우크라이나 국민들에게 어서 일어나 힘내서 라/때때로 물안개 흩날리다가 문득 사라지면/잎새들은 저마다 서로 우줄대오는 봄을 함께 맞자고. 팔순을 맞은 노시인이 아직도 펄펄 끓어오르는 순정한 혁명의 첫 마음으로 꽃과 봄을 보내고 있는 것이지요. “저 강물에 잔물결이니 나는 외롭지 않네/여름 꽃 흰 꽃잎, 산수국 물매화 개망초꽃 어우러져 피니/나는 쓸쓸하지 않네/저 초록 수풀 깊은 곳에서는 지금/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가/새 우는 소리만 들리고,/세상을 바꾸려고 집을 나선 이들 아직은 돌아오지 않으니/잠 안 오는 밤은 많아도/나는 서럽지 않아고,/온 들을 덮듯이 내리는 눈부신 햇살만큼이나/내 안에 그리움이 가득히 차오르니/나는 조금도 외롭지 않네/바람에 흰 꽃잎이 지고, 그 흰 꽃잎들 강물에 떠서 흐르니” (「흰 꽃잎 강물에 떠서 흐르고」 전문) 시인은 외롭지도, 서럽지도 않다고 반복해 강조하고 있습니다. 왜? “내 안에 그리움이 가득히 차오르니”까. 그 그리움으로 대자연을 바라보며 일체가 되고 “세상을 바꾸려고 집을 나선 이”가 많으니까요. 여전히 순정한 세상을 향한 낭만과 혁명의 시심이 가득하니 왜 쓸쓸하고 서럽겠습니까. 그래서 양 시인은 그리움 가득 넘치는 순정주의자요, 서정주의자입니다. 낭만주의자면서 여전히 멈출 수 없는 혁명주의자입니다. 무엇보다 자연과 육화된 도의 지경에 이르렀으면서도 신을 향하지 않고 인간을 향하는 도저한 휴머니스트입니다. 이번 시집 후기에서 시인은 “오늘도 여전히 문학소년 때와 같이 밤잠을 설치며 시에 매달리는 나의 고행은, 남이 보기에는 이것이 아무리 허망한 일일지라도 내가 죽는 날까지 그치지 않을 것이다”라고 밝혔습니다. 그런 첫 마음, 첫 순정의 시 쓰기의 고행이 이제 도의 지경에 이른 것입니다. 무엇보다 자연과 일체, 일심이 된 시 쓰기가 환경 생태시를 넘어 에코 철학의 깊이에 이르게 했을 것입니다. 양성우 시인과 이번 시집 『꽃의 일생』에 여러분의 많은 관심과 응원을 다시 한번 부탁드립니다. 저서: 『십오 년 막걸리』, 『문답 대지도론』, 『머뭄이 없는 가르침』, 『마음 비행기』, 『기억의 틀』, 『Mind Glider』, 『Waiting For The First Sno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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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안진 : 세 번의 봄 (커버이미지)
    [문학]안진 : 세 번의 봄
    • 강화길 지음
    • 안전가옥
    • 2023-08-16

    젊은작가상 대상, 한겨레문학상 수상 작가《다른 사람》, 《화이트 호스》, 《대불호텔의 유령》 강화길의 신작 단편집안전가옥 쇼-트 시리즈 스무 번째 책인 《안진: 세 번의 봄》이 출간되었다. 《안진: 세 번의 봄》은 장편소설 《다른 사람》으로 한겨레문학상을, 단편소설 〈음복〉으로 젊은작가상 대상을 수상하며 한국을 대표하는 작가로 자리 매김한 소설가 강화길의 신작 단편집이다. 앤솔로지와 문예지에 발표했던 기수록 단편 〈산책〉〈비망〉〈깊은 밤들〉이 실린 이번 단편집은, 안진이란 도시에서 펼쳐지는 세 모녀의 이야기를 다룬 ‘작은 안진 3부작’이다. 작가는 세 번의 봄을 배경으로 안진이란 도시에서 펼쳐지는 세 편의 가족 이야기, 그중에서도 사랑과 미움이 범벅된 모녀의 이야기를, 특유의 서늘하고 긴장감 넘치는 문장과 죽음과 삶을 아우르는 스릴러적 서사를 양손에 그러쥐고 치밀하게 그려낸다. 세 개의 단편은 울퉁불퉁하고 서늘하게, 뾰족하고 긴장감 있게 우리를 안진이라는 도시의 이야기 속으로 데려간다. 그리고 그곳엔 길을 헤매고 있는 여자들의 이야기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길을 찾아 나서는 여자들의 이야기가, 사라졌지만 영원히 사라지지 않을 여자들의 이야기가 있다. 세 번의 봄을 지나, 네 번째 봄을 기다리면서.“엄마 때문에 내 딸을 잃어버렸다.” 〈깊은 밤들〉 크리스마스가 지나고 며칠 뒤, 엄마에게서 전화가 걸려 온다. 손녀가 보낸 크리스마스카드에 ‘건강하세요’가 ‘건강하새요’로 적혀 있었다는 것. 엄마는 ㅔ와 ㅐ를 구분하지 못하는 것이 얼마나 창피한 일인지에 대해 계속 설명한다. 나는 엄마의 말을 자르며 말한다. “엄마. 나한테 할 말이 그것밖에 없어?” 그리고 택시도 잡히지 않는 늦은 밤, 나는 딸의 손을 잡고 결국 집을 나선다. 몇십 년 동안 엄마에게서 상처받은 채 가슴에 고여 있던 말을 오늘만은 해야 했다. 엄마가 내 딸에게만큼은 손도 대지 못하게 해야 했다. 어린 딸은 할머니가 알려준 길이라며 지름길로 나를 이끈다. 그리고 그날, 나는 아이를 잃어버린다. 엄마 때문에. 〈깊은 밤들〉은 수십 년에 걸친 ‘엄마’와 ‘나’의 이야기다. 그리고 그 이야기를 끝내는 건, 아니 새롭게 시작하는 건 딸이자 손녀인 ‘아이’다. ‘모녀 삼대’의 이야기지만 한 사람의 과거와 현재, 미래의 이야기로 볼 수도 있다. 우리가 이 소설에서 보아야 하는 건 ‘사실’보다는 ‘진실’이고, 지금 막 잃어버렸다고 생각한 것보다는, 지금까지 쭉 잃어버려 왔던 것들이다. 엄마를 미워하며 클 줄 알았던 딸은, 나 같은 인간이 될 줄 알았던 딸은, 그렇게 자라지 않았다. 그것이 주는 위안과 감동이 너무 커서, 우리는 모녀의 이야기가 펼쳐지는 깊은 밤으로 천천히 빠져들 수밖에 없다.“나는 엄마가 그렇게 살았으면 좋겠어.” 〈비망(備忘)〉그녀는 이혼 후 딸을 혼자 키워야 했고, 위자료 때문에 전남편과 끊임없이 싸워야 했으며, 직장에서 밀려나지 않기 위해 혼신의 힘을 다해야 했다. 더불어 그녀는 부모의 이른 죽음, 40대 초반에 찾아온 갑상샘암이라는 느닷없는 폭발들을 맨몸으로 겪었다. 하지만 그 고비들은 그녀에게 큰 타격을 입히지 못했다. 다음 결혼식에는 뭘 입어야 하지? 재킷? 원피스? 그것이 그녀의 삶이었다. 가볍게 웃고, 떠들고, 새 옷을 사고 맛있는 걸 먹으러 다니고, 예쁘다는 말을 듣고 좋아하고, 또 좋아하고… 그녀의 삶의 범위는 오직 아는 사람들과 아는 장소에 한정되어 있었다. 그녀의 딸은 말했다. “벽돌로 쌓은 성.” 그녀가 여행에 관심을 두지 않았던 건 당연했다. 〈비망(備忘)〉은 그런 그녀가, 지난 1년 동안 아무도 만나지 않은 채 지내온 그녀가, 집 밖으로 나와 살아생전 처음으로 해외여행을 떠나는 이야기다. 난생처음 비행기를 보고, 체크인을 하고, 출국 심사를 받고, 딸을 이해하는 이야기다. “우리 딸. 걔는 나를 참아 주지 않더라고.” 〈산책〉 다슬기를 잡기엔 아직은 추운 4월, 종숙 언니는 영애 씨에게 다슬기를 잡으러 가자고 말한다. 오랜만에 집에 오는 딸이 다슬기 수제비를 좋아한다고. 영애 씨의 마음이 움직인다. 지난가을 죽은 딸 얘기를 영애 씨가 아무리 말해도 종숙 언니만이 영애 씨를 똑같이 대해줬기 때문이다. 한참이나 물속을 들여다봤지만 다슬기는 없다. 그런데 영애 씨가 더 가지 말라고 말해도, 종숙 언니가 조금씩 더 깊은 물로 들어간다. 영애 씨가 팔목을 붙잡고 나가자고 말하는데도, 종숙 언니는 고집스레 물속의 어딘가를 응시한다. 그리고 그 순간, 영애 씨의 귀에 무슨 소리가 들린다. 거대한 철문이 움직이는 듯한, 알 수 없는 존재가 지켜보는 기분. 머리 위에서. 두 사람은 함께 물속으로 떨어진다. 집에 가는 길에 종숙 언니는 말한다. 사실 오늘 딸이 집에 안 온다고. 영애 씨도 입을 연다. 사실 자기 딸도 자기를 싫어했다고. 죽기 전까지 계속 그랬다고. 〈산책〉의 화자는 영애 씨의 딸인 죽은 ‘나’다. ‘나’는 목소리로만 남은 채, 엄마 영애 씨와, 영애 씨의 친구인 종숙 언니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가해자도 피해자도 없는, 사랑과 애증이 섞인, 그럼에도 불구하고 도저히 떠나지 못하는 모녀의 이야기를.소설을 쓰는 게 항상 더 중요했기 때문에더 제대로 하고 싶다고 생각한다. 사실 언제나 늘 이 생각만 한다. 벚꽃을 보며 산책을 하고, 채소를 가득 넣은 비빔국수를 만들어 먹고, 지치지 않고 책을 읽는 것. 쓰는 것. 계속 쓰는 것. 삶이 더 단순해졌으면 좋겠다. _작가의 말에서어떤 소설은 작가의 말을 끝으로 완성된다. 작가의 말이 꼭 화자의 목소리처럼 들린다. 《안진: 세 번의 봄》이 그렇다. 지치지 않고 책을 읽겠다는 말이, 계속 쓰겠다는 말이, 삶이 더 단순해지면 좋겠다는 말이, 화자의 목소리에 실려 우리 가슴속에 스며든다. 결국 소설을 쓰는 게 항상 더 중요했다는 그 말이, 결국 내 삶을 사는 게 항상 더 중요하다는 말이 되어 가슴에 콕콕 박힌다. 《안진: 세 번의 봄》 속 세 편의 이야기는 화해도 아니며, 봉합도 아니다. 해결책을 제시하지도, 무언가를 더 설명하려 하지도 않는다. 다만, 인물들을 움직인다. 여자들을. 딸과 어머니들을 걷게 한다. 봄 가까이로 말이다. 더할 나위 없이 훌륭한 이 세 편의 소설을 읽은 독자라면 누구나 같은 생각을 하게 될 것이다. 강화길 작가가 영원히 계속 소설을 쓰면 좋겠다고, 그렇게 된다면 정말 좋겠다고 말이다. 작가님 당신의 네 번째 봄을, 다섯 번째 봄을, 영원히 기다리겠다고 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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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안나 카레니나 (커버이미지)
    [문학]안나 카레니나
    • 레프 니콜라예비치 톨스토이
    • 달꽃
    • 2023-0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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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리가 겨울을 지나온 방식 - 제19회 세계문학상 수상작 (커버이미지)
    [문학]우리가 겨울을 지나온 방식 - 제19회 세계문학상 수상작
    • 문미순 지음
    • 나무옆의자
    • 2023-08-16

    “엄마, 이렇게밖에 못 해줘서 정말 미안해요.”간병과 돌봄의 무게를 홀로 감당하는 이들의 벼랑 끝 선택진창과 폐허에서도 한 줌 빛을 찾아내는 희망의 기술『미실』(김별아), 『아내가 결혼했다』(박현욱), 『내 심장을 쏴라』(정유정), 『보헤미안 랩소디』(정재민), 『저스티스맨』(도선우), 『도서관을 떠나는 책들을 위하여』(오수완), 『우리의 밤이 시작되는 곳』(고요한) 등 매해 걸출한 장편소설을 배출해온 세계문학상, 그 열아홉 번째 수상작인 문미순 작가의 『우리가 겨울을 지나온 방식』이 출간되었다. 185편의 응모작 가운데 심사위원의 압도적인 지지로 당선된 이 작품은, 간병과 돌봄의 무게를 홀로 감당하는 두 주인공이 벼랑 끝에 내몰린 현실에서도 삶을 포기하지 않고 희망의 빛을 찾아가는 잔혹하고도 따뜻한 이야기다. 치매 어머니를 간병하는 50대 여성 명주와 뇌졸중 아버지를 돌보는 20대 청년 준성은 잇따르는 불운과 가혹한 현실에 좌절하던 중 예기치 못한 부모의 죽음에 직면하자 그 죽음을 은폐, 유예한다. 막다른 길에서 그들이 감행하는 결단과 선택의 과정을 작가는 입체적이고 치밀하게 그리며 설득력 있는 서사를 만들어낸다. 일곱 명의 심사위원(최원식, 강영숙, 박혜진, 은희경, 정유정, 정홍수, 하성란)은 “병든 부모를 돌보느라 정작 자신의 삶은 돌볼 수조차 없는 두 이웃의 비극을 그리는 이 작품은 자연주의 소설의 현대적 계승인 동시에 비관적 세계에 가하는 희망의 반격”이라며 “끔찍한 현실에서도 희망을 보여준 이 서슬 퍼렇고 온기 나는 작품을 올해의 세계문학상 수상작으로 정하는 데 이견은 없었다.”고 밝혔다. “모든 건 그렇게 어느 날 갑자기 시작되고,돌봄은 남겨진 누군가의 몫이 되지.”명주는 1년 반 전 치매가 심해진 엄마와 살기 위해 엄마의 임대아파트로 들어왔다. 이혼 후 여러 직업을 전전하다 발에 화상을 입고 그 후유증으로 일자리를 구할 수도 없어 선택한 길이었다. 100만 원 남짓한 엄마의 연금에 의지해 엄마를 간병하며 살아가던 명주는 갑작스러운 엄마의 죽음에 자신의 삶도 끝내려 하지만 실패한다. 명주는 마음을 바꿔 엄마의 시신을 미라로 만들고 당분간 엄마의 연금으로 살기로 한다. 하지만 시신에서 냄새가 나기 시작하고 엄마의 친구라는 할아버지와 이혼 후 떨어져 살던 딸 은진이 접근해오자, 매장이 시급해진다. 화상 후유증을 진통제로 달래면서 매장할 장소를 고민하던 명주는 피를 묻힌 채 복도로 뛰쳐나온 옆집 청년 준성과 마주친다.명주의 옆집에 사는 준성은 고등학교 때부터 뇌졸중과 알코올성 치매가 있는 아버지를 돌보며 사는 스물여섯 살의 청년이다. 물리치료사가 되어 병원에 근무하는 것이 꿈이지만, 매일 아버지를 운동시키고 살림에 대리운전까지 하는 그의 나날은 녹록지 않다. 아버지를 회복시키려는 그의 노력에도 몰래 술을 사 마시는 아버지에게 절망하던 차, 집에 불이 나 아버지가 화상을 입게 되고, 준성마저 손님의 외제차에 손상을 입혀 거액의 수리비가 나온다.준성은 병원비를 감당할 수 없어 아버지를 집으로 모셔 오고 수리비를 재촉하는 차주의 압박전화에 시달리며 점점 피폐해져간다. 그러다 아버지를 목욕시키던 중, 실수로 아버지를 놓치고 마는데……. 손에 피를 묻힌 채 뛰쳐나온 준성을 급히 집 안으로 데리고 들어간 명주. 욕실 바닥에 피를 쏟고 누워 있는 노인을 보고 119를 부르려는 순간, 난 이제 감옥에 가느냐며, 이제껏 내 인생은 뭐였는지 모르겠다고 울부짖는 준성을 본다. 평소 준성을 안쓰럽게 여기던 명주는 준성이 경찰 조사와 재판을 받고 죄책감에 폐인처럼 살아갈 모습을 떠올리며 그를 위한 최선이 무엇일지 고민한다. 긴 간병의 터널 끝에서 두 사람은 마침내 결단을 내린다. 분명한 것은 누구도 그들의 결정에 돌을 던질 수 없으리라는 사실이다. —품위 있는 삶까지는 바라지도 않아. 생존은 가능해야 하지 않겠어? 나라가 못 해주니 우리라도 하는 거지. 살아서, 끝까지 살아서, 세상이 우리를 어떻게 하는지 보자고. 그때까진 법이고 나발이고 없는 거야. (본문에서)“저건 뭐야? 꼭 관처럼 생겼네? 그 안에 혹시 할머니 있는 거 아냐?”엄마의 부재에 대해 거짓에 거짓을 보태고 임기응변으로 위기를 모면하는 명주의 일상은 스릴러 소설을 보는 듯한 긴장감을 유발한다. 명주는 나무관에 누운 엄마의 상태를 매일 관리하며 주변의 시선을 예의 주시한다. 어머니 잘 계시냐는 이웃의 가벼운 인사에도 의심의 촉수를 세우고, 제각각의 이유로 집을 방문하는 사람들을 아무렇지 않은 척하며 철저히 경계한다. 무엇보다 신경 쓰이는 것은 엄마의 친구라며 계속해서 안부를 물어오는 진천할아버지와 돈을 뜯어내기 위해 막무가내로 접근해오는 딸 은진의 존재다. 엄마와 제주 여행을 가기로 했다는 진천할아버지는 엄마의 쾌유를 빌며 계속해서 문자와 선물을 보내고, 눈치 빠른 은진은 작은방의 나무관을 본 후 “그 안에 혹시 할머니 있는 거 아냐?”라며 농담인지 진담인지 모를 말을 내뱉는다. 생각지도 않은 복병들의 눈을 피하려면 하루속히 엄마를 흙으로 보내드려야 하는데, 아이러니하게도 명주는 골칫덩이 은진과 티격태격하다 그 방법의 실마리를 찾게 된다. 엄마가 사놓은 땅은 대지 80평에 건물이 17평 정도 되는 작은 시골집이었다. 엄마는 폐가로 나온 집을 늙어서 살 요량으로 사놓은 것 같았다. (…) 명주는 이제야말로 작은 동아줄이라도 잡은 기분이 들었다. (본문에서)“영원히 살 것처럼 희망을 품지도 않았지만,살아 있는 한은 살아야 할 이유가 있었다.” 『우리가 겨울을 지나온 방식』은 가족을 간병하는 일의 정신적, 육체적 고통과 경제적 어려움, 그로 인해 일상이 무너져가는 모습을 무서우리만치 생생하게 묘사한다. 어느 날 갑자기 시작된 엄마의 치매에 명주는 처음엔 “밖에서 겪는 모멸감에 비하면 내 엄마를 간병하는 것쯤은 아무것도 아니라고” 여기지만, 그것이 착각이었음을 깨닫는 데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는다. 결국 하루하루는 지옥이 되고 인간의 존엄이란 바닥으로 떨어진다. 준성의 처지도 마찬가지다. 현실은 벗어나려 할수록 발이 빠지는 진창이고, 미래는 꿈꿀 여지가 없다. “개인의 차원에서 감당하기 어려운 불운과 절망”으로 시작된 소설은 두 주인공을 극한 상황으로 내몰지만,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잔혹한 현실은 역설적이게도 인간적인 연대와 온기를 발견해가는 과정으로 전환된다.”(은희경) 임대아파트 벽 하나를 사이에 둔 이웃인 명주와 준성은 서서히 서로의 처지에 공감하며 같은 방향으로 나아가게 된다. 명주가 준성에게 연민을 느끼고, 준성이 명주에게 동조하면서 둘은 서로를 의지해 앞으로 나아간다. 공포와 죄책감을 떨쳐내고 큰일을 함께 치른 두 사람은 어느덧 새로 형성된 가족처럼 보인다. 그리하여 두 사람을 태운 트럭이 두 구의 미라를 싣고 눈이 펑펑 쏟아지는 고속도로를 헤쳐 나가는 소설의 마지막 장면은 이제 그들이 혹한의 겨울을 지나 온기 가득한 계절로 진입하고 있음을 아름답게 보여준다. 가슴속에서는 오라고, 어떤 운명도 상대해줄 테니 오라고 나지막이 속삭이고 있었다. 준성은 지금 바닥으로 떨어진 제 인생을 가까스로 일으켜 세우는 중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버지가 아버지의 인생을 아버지의 방식대로 살아냈듯이, 준성은 제 나름의 방식으로 싸워가고 있다고. (본문에서)문미순 작가는 2013년 문화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되면서 작품 활동을 시작하여 2021년 심훈문학상을 수상했다. 몇 해 전 뇌졸중으로 쓰러진 남편을 간병하며 가족을 돌보는 일의 고통을 알게 되었다는 그는 우리 사회의 주요 이슈로 대두된 돌봄 문제를 소설로 다뤄보기로 결심했다. 가족 돌봄에 지쳐 우발적으로 벌어지는 간병 살인이나 간병으로 인한 파산, 실직이 더 이상 낯설지 않은 시대, 이것이 단순한 사건이 아니라 사회 현상이 되어간다면 이는 공동체가 함께 논의하고 해결책을 모색해야 할 문제임을 작가는 이 소설을 통해 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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